츄릅츄릅의 추억

츄릅츄릅을 만들었나?

2014년 1월.

솔직히 시작은 네이버 윙스푼 서비스의 종료였다.  뭔가 지각변동이 올 것이고, 빈틈이 생길 것이고, 거기에 우리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겼다.

그리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당시 카카오 플레이스가 눈에 보였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 망고플레이트가 있었는데 막 시작하는 단계라 뭐라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메뉴판닷컴이 가장 충실한 서비스였다. 실제 리포터가 발로 뛰면서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름 전국적인 순위를 매기고 있었는데, 그 어떠한 데이터 분석이나 블로그 분석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결과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하지만, 모바일에는 취약했다.

우리는 YELP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사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YELP의 편리함이나 좋은 점을 잘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앱을 보면 항상 부러웠고, 한국에 그런 서비스가 있다면 나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만 같았다.

왜 내가 쓰고 싶은 맛집 서비스는 없는 것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맛집을 객관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추천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대신,

첫째, 내가 좋아하는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 갔을 때, 이 근처에 내가 저장해 둔 리스트를 꺼내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맛집을 추천하면, 그 리스트에 넣어두면 좋겠다. 그냥 리스트만 잘 관리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소셜하게 만들자.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맛집이면 내가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당시 워낙 모든 것을 소셜하게 풀어나갈 때였는지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소셜 그래프를 기반으로 추천을 해 주면 어떨까? (사실 이 아이디어는 이전 프로젝트인 민트샵 쇼핑몰에서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기도 하다.)

세째, 맛집리스트. 유명한 맛집 블로거들이 있었고, 이들이 추천하는 맛집들이 있었다. 이 리스트들만 공유하면 어떨까?

만들기 전, 먼저 결심

이전 프로젝트인 민트샵은 어디서 멈춰야 하는 지 몰랐다. 이것이 만일 주식투자라면 특정 지점에서 기계적인 손절을 하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 지점이 어디인지 몰랐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조금씩 무언가를 추가하다 보니, 그 자체가 공룡이 되었고, 손실은 눈덩이 처럼 커져 버렸다.

그래서 딱 한달만 투자하기로 하였다. 만일 그 결과물이 가치가 없다면, 바로 접기로 하였다.

무엇을 만들었나?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다. 하지만, 곧바로 쉽지 않은 과제가 따라왔다. 맛집 리스트를 만드려면, 내 리스트에 추가할 맛집(아니 그냥 식당)의 목록을 표시해 줘야 하는데, 그럴려면, 우리 서비스내에 전국의 식당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사이트를 크롤링 해서 식당들의 DB를 축적하였고 그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들어 갔다.

그리고 지도를 기반으로 식당 리스트를 보여주고, 내가 좋아하는 곳은 “별표” 할 수 있게 하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맛집 목록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전부였다. 심플하고 우아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심심하게 느껴졌다. 곧 사진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모아야 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에는 크롤링을 하지 않았다. 직접 모으기 시작했다. 전 직원을 동원하여 매일 점심시간 마다 주변 식당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2인 1조가 되어 매일 새로운 식당을 발굴 했다. (물론 식사비는 회사가 부담했다)

몇 달을 계속 하다 보니, 강남 주변 영역은 사진을 채울 수 있었다. 사진이 있으니 화면이 들 심심했다. 하지만, 사진이 채워 진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그것이 되지는 못했다.

멈추지 못하고 달리다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 질수록, 그리고 쉽게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하나 둘 씩 무언가를 추가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결심과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다시 마구잡이로 진행하게 되었다.

츄릅츄릅 흔들어

랜덤 추천을 만들었다. 간단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기능을 추가한 대표 사례다.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핸드폰을 흔들면, 랜덤으로 주위에 있는 식당 4개를 가져와서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치 않는 사진을 멀리 던지는 액션으로 제거하고 난 다음, 또 다시 흔들면 그 빈자리에 새로운 식당의 사진이 채워진다. 이런 식으로 4개를 모은 다음 일회성 URL을 생성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재미있자고 만들었고, 그냥 그뿐이었다.

적나라한 츄릅츄릅

힘들게 모은 사진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다. (돈도 많이 썼고….ㅠ) 우리가 가진 다양한 영역의 개발 능력을 뽐내고 싶었다. 그리고, 애플이 자주 하는 회사 내부의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산을 가져와 결합하여서 새로운 가치를 발휘하는 장기를 따라해 보고 싶었다. 당시 mintBoard 라고 하는 사진 슬라이드 앱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 음식 사진만 붙이면, 일종의 Food P*rn 이라고 하는 장르의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맛집의 음식 사진만 끝없이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앱이다.

더해서 이것을 구글TV용 앱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이 새롭게 밀고 나가고 싶어 하는 플랫폼용으로 앱을 만들면, 이것이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제한된 갯수의 음식 사진의 숫자도 문제였지만, 생각만큼 음식 사진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리고, 음식사진만 계속해서 볼 방법은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았다.

고수의 츄릅 안드로이드 앱

앱으로 만들면 좀 가치가 있을까? 웹이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UI를 모두 네이티브 앱으로 개비하여 만들어 보았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것이 앱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였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앱으로 만든다고 해서 안쓰는 서비스를 쓰지는 않았다.

츄릅츄릅 다이어리

소셜 그래프를 이용한 친구의 맛집 추천이 처음 시작할 단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였다는 것을 금새 깨달았다.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예 아주 개인적인 도구로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맛집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바꾸어 보았다. 맛집을 기록하기에 특화된 도구.

너무 즉흥적인 아이디어도 만들었고, 쉽게 흥미도 잃었다.

왜 멈추었나?

민트샵 실패를 겪고 난 다음, 나름 교훈을 얻은 것이 있다. 실제로 사용할 사용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1달 이내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듣고 난 이후에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한달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든 다음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였다. 2-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했는데, 나름 맛집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그룹이라 판단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뼈저리게 느낀것이 몇가지 있었다.

바로 새로운 도구에 대한 철저한 거부감. 처음에는 네이버에 대한 맹신으로 보였다. 기존에 익숙해 져 있던 방식인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블로그들을 검색한 다음, 그것들을 하나 하나 리뷰해 보면서 판단하는 방식이다. 물론 장점은 있었다. 다양한 결과가 나오고, 블로그 내에 품질 좋은 사진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뢰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가 충분히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맛집 검색은 네이버 검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대체 도구가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정말 꼭 필요한 도구, 정말 필요한 부분을 해결 줄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시작과 달리 우리의 포지션도 나만의 맛집 리스트 관리하는 것이 아닌, 주변 맛집 검색에 포커스가 이동해 있었다. (아마도 소셜 그래프를 통한 친구 추천 기능을 넣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핵심 가치가 무너졌다. 나만의 맛집 관리라는 하는 처음 포커스 했던 것도 희미해 졌고,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한 맛집 추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나 자신이 이용하지 않았다

그냥 도구로써도 이용하지 않았다. 내가 추가할 식당이 검색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니 제일 결정적으로는 내 스스로가 맛집 리스트를 그렇게 매일 매일 성의있게 관리하는 버릇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 들어가서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볼 수 있다면, 친구들로 부터 새로운 맛집을 추천 받았다면 계속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왜 실패했을까?

민트에서 계속 반복되어 발생한 문제이다.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고, 그리고 그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그냥 주제만 정했고, 만들수 있는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맛집 리스트”를 모아서 정리하는 도구라면 정확히 그 목적에 맞는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냥 메모장에 기록하는 것 보다 무엇이 더 나은지 확실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에 확실한 핵심이 없었기에, 식당 DB를 모아서 나열해서 보여주고, 지도를 보여주고, 이런 것들로 채운 것이다.

도구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반복하는 단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어야 가히 도구라 불릴만 하다. 도구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없던 버릇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맛집 추천 이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처음부터 고민한 것이지만, 객관적인 추천이란 있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엣지가 없었다고 촌평할 수 있겠다. 필요할 지 모르는 도구를 그리 편리하지 않는 방법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덕지 덕지 붙였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

현재는 그냥 방치 상태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나올때까지는.